짧은 기간이지만 지난 몇년 대학원생들의 논문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들을 생각날 때 하나씩 적어보려고 한다. 오늘은 과거의 연구결과에 대해 기술할 때 학생들이 흔히 하는 실수에 대해 적어보았다.
1. 너무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연구결과만을 기술한다.
이건 정말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보이는 특성이다. 우리나라 문화의 특성 같기도 하다. 모든 재료를 그냥 비빔밥으로 비벼 버리는 문화에 사는 우리는, 그냥 '퉁 치거나' '얼버무려' 말하고 쓰는 습관이 많이 든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이것저것 잘 따지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훈련이 많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논문을 쓰면,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작업 중 하나가 과거의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합하는 작업이다. 과거 연구를 언급하려면 구체적으로 그 결과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너무 일반적인 수준에서만 기술하다보니 그 내용이 분명하지 않을때가 있다. 예를 들어,
비유법을 통한 설명: 내가 만약 "나와 홍길동은 관계가 있다"라고 말하면 아마도 당신은 나에게 "어떤 관계?"라고 물어볼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관계는 부부관계도 있고 친구관계, 연인관계, 사제관계 등등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지 않으면 독자는 이해를 못하거나, 오해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2. "사람"중심이 아닌 "변인"중심으로 현상을 설명한다.
나처럼 사회과학을 하는 연구자들은 주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모든 인간 연구의 1차적인 목적 또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연구를 하다보면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나 행동적 특성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게 된다. "우울한 사람들은 대체로 잘 웃지 않는다"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기조절능력이 뛰어나다"라든가 하는 것들이 우리분야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연구결과들이다 (녹색으로 표시한 것은 심리적 특성, 주황색으로 표시한 것은 행동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칫 "사람"중심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변인"중심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수학자기효능감 예로 다시 돌아가보자. 만약 문장 B를 "사람"중심으로 기술을 다시 해보면 다음과 같다.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이 수학성적이 좋았다. (문장 C)
또는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이 수학성적을 잘 받았다. (문장 D)문장 D는 문장 C보다는 좀 더 구어체적이기는 하지만, 관련분야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사람"중심적인 표현과 "변인"중심적인 표현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변인"중심으로 기술한다는 것은 그 안에 몇 가지 가정이 숨어있다. 우선, 인간을 몇 개의 변인들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혹은 그러려고 하는) 일종의 환원주의적 사고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이는 인간을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있는 시스템으로 보는 시스템 이론의 관점과 대비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비슷한 양상으로 행동을 한다는 가정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물론, 사회과학의 많은 연구가 회귀분석(regression)을 바탕으로 하는 한, 이러한 가정은 이미 연구방법론에서부터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사람중심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람중심 접근법(person-oriented approach)과 변인중심 접근법(variable-oriented approach)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 참고문헌을 읽어보거나 세 명의 저자들이 쓴 논문을 찾아서 읽기를 권한다.
Bergman, L. R., Magnusson, D., & El Khouri, B. M. (2003). Studying individual development in an interindividual context: A person-oriented approach. Psychology Press.
3. 결정론적으로 이야기한다.
"X하면 Y한다"라고 하는 식의 표현은 행동주의적 관점에 기반하는 표현으로서 상당히 결정론적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X를 하는 사람은 마치 누구나 Y하게 되는 것처럼 들린다. 또한, 반드시 Y하게 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100%라는 것은 거의 없다. 내가 여태까지 공부하면서 터득한 인간과 관련한 유일한 진리이자 불변의 진리는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다'이다. 그 외에는 확률이 높다 낮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떤 행동을 두고 100% 예측이라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구결과를 기술할 때도 이와 같은 확률적 사고를 반영하여 작성하는 것이 맞다.
사실, 문장 C도 어떤 면에서는 결정론적이다. 마치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 모두가 수학성적이 좋은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런 경향성이 짙을 뿐이지,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 중에서도 수학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쓰는 것이 좋다.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이 높은 수학성적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문장 E)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좋은 수학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문장 F) 이 글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문장 E와 F의 차이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장 E는 사람중심으로 쓴 것이고, 문장 F는 변인중심으로 쓴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경우에 문장 F는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으로 들리지는 않기는 하다. 그래도 가능하면 사람이 주어가 되어 문장을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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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무 일반적인 수준에서의 연구결과만을 기술한다.
이건 정말 거의 모든 대학원생들이 보이는 특성이다. 우리나라 문화의 특성 같기도 하다. 모든 재료를 그냥 비빔밥으로 비벼 버리는 문화에 사는 우리는, 그냥 '퉁 치거나' '얼버무려' 말하고 쓰는 습관이 많이 든 것 같다. 하지만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이것저것 잘 따지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훈련이 많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논문을 쓰면,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작업 중 하나가 과거의 연구에 대해 설명하고 다양한 연구결과를 통합하는 작업이다. 과거 연구를 언급하려면 구체적으로 그 결과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연구결과를 너무 일반적인 수준에서만 기술하다보니 그 내용이 분명하지 않을때가 있다. 예를 들어,
- 과거 연구 결과, 수학자기효능감과 수학성적은 관련이 있었다. (문장 A) ("수학자기효능감"의 뜻: 수학을 잘 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정도)
-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을 수록 수학성적이 높았다. (문장 B)
비유법을 통한 설명: 내가 만약 "나와 홍길동은 관계가 있다"라고 말하면 아마도 당신은 나에게 "어떤 관계?"라고 물어볼 것이다 (최소한 나에게 관심이 있다면..). 관계는 부부관계도 있고 친구관계, 연인관계, 사제관계 등등 다양한 "관계"가 존재한다. 그것을 구체적으로 적어주지 않으면 독자는 이해를 못하거나, 오해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2. "사람"중심이 아닌 "변인"중심으로 현상을 설명한다.
나처럼 사회과학을 하는 연구자들은 주로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모든 인간 연구의 1차적인 목적 또한 인간을 이해하기 위함이다. 그러니, 연구를 하다보면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나 행동적 특성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게 된다. "우울한 사람들은 대체로 잘 웃지 않는다"거나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자기조절능력이 뛰어나다"라든가 하는 것들이 우리분야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연구결과들이다 (녹색으로 표시한 것은 심리적 특성, 주황색으로 표시한 것은 행동적 특성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의 다양한 심리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칫 "사람"중심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변인"중심으로 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위의 수학자기효능감 예로 다시 돌아가보자. 만약 문장 B를 "사람"중심으로 기술을 다시 해보면 다음과 같다.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이 수학성적이 좋았다. (문장 C)
또는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이 수학성적을 잘 받았다. (문장 D)문장 D는 문장 C보다는 좀 더 구어체적이기는 하지만, 관련분야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는 오히려 이해하기 쉬울 수도 있다.
"사람"중심적인 표현과 "변인"중심적인 표현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변인"중심으로 기술한다는 것은 그 안에 몇 가지 가정이 숨어있다. 우선, 인간을 몇 개의 변인들의 관계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혹은 그러려고 하는) 일종의 환원주의적 사고가 암묵적으로 깔려있다. 이는 인간을 복잡한 요소들이 얽혀있는 시스템으로 보는 시스템 이론의 관점과 대비된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체로 비슷한 양상으로 행동을 한다는 가정이 암묵적으로 깔려 있다. 물론, 사회과학의 많은 연구가 회귀분석(regression)을 바탕으로 하는 한, 이러한 가정은 이미 연구방법론에서부터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연구결과에 대해 이야기할 때만큼은 사람중심으로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사람중심 접근법(person-oriented approach)과 변인중심 접근법(variable-oriented approach)에 대한 학술적인 논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래 참고문헌을 읽어보거나 세 명의 저자들이 쓴 논문을 찾아서 읽기를 권한다.
Bergman, L. R., Magnusson, D., & El Khouri, B. M. (2003). Studying individual development in an interindividual context: A person-oriented approach. Psychology Press.
3. 결정론적으로 이야기한다.
"X하면 Y한다"라고 하는 식의 표현은 행동주의적 관점에 기반하는 표현으로서 상당히 결정론적이다. 다른 말로 하자면, X를 하는 사람은 마치 누구나 Y하게 되는 것처럼 들린다. 또한, 반드시 Y하게 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100%라는 것은 거의 없다. 내가 여태까지 공부하면서 터득한 인간과 관련한 유일한 진리이자 불변의 진리는 '인간은 태어나서 죽는다'이다. 그 외에는 확률이 높다 낮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어떤 행동을 두고 100% 예측이라는 것은 매우 어렵다. 사실, 나는 개인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므로, 연구결과를 기술할 때도 이와 같은 확률적 사고를 반영하여 작성하는 것이 맞다.
사실, 문장 C도 어떤 면에서는 결정론적이다. 마치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 모두가 수학성적이 좋은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그런 경향성이 짙을 뿐이지,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 중에서도 수학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은 학생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래와 같이 쓰는 것이 좋다.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은 학생들이 높은 수학성적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문장 E)
수학자기효능감이 높을수록 좋은 수학성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았다. (문장 F) 이 글을 이해한 사람이라면 문장 E와 F의 차이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문장 E는 사람중심으로 쓴 것이고, 문장 F는 변인중심으로 쓴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 경우에 문장 F는 그렇게까지 비인간적으로 들리지는 않기는 하다. 그래도 가능하면 사람이 주어가 되어 문장을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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