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다 종합시험의 형태와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의 일반대학원 과정은 종합시험 제도를 두고 있다. 종합시험은 영어로는 Comprehensive exam이라 불리는데 줄여서 comps(컴스)라고 하기도 한다. 학과에 따라서는 qualifying exam(줄여서 "퀄"이라고 부르기도 함)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체로 종합시험의 목적은 논문을 쓰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점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종합시험을 잘 치르고 통과한 사람이라면 '이론적으로는' 학위논문을 혼자 작성하는데에 큰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학교와 학과에 따라 종합시험의 형태/방식/통과기준 등이 약간씩 달라서, 나도 직간접 경험이 없는 학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오늘도 또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보겠다. (본인의 상황과 매우 다를수도 있음을 미리 일러둔다)
내가 속했던 박사과정에서는 종합시험을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나누어 치렀다. 참고용으로 적어본다.
1. 필기시험을 치르는 과정
2. 구술시험 치르는 과정
요즘은 종합시험을 '시험'형태로 치르는 대신 논문출판으로 대체하는 곳도 많다. 사실, 논문출판으로 대체한다는 것의 뜻은 앞서 말한 종합시험의 목적에 맞게 '논문을 한 편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은 학위논문을 스스로 작성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합시험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요건 충족'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학위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논문작성에서 극히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경우에는 종함시험 통과는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자신의 학위논문을 작성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학과에서도 논문게재가 되었다 하더라도 구술시험을 통해 보완적으로 자신의 논문을 스스로 작성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평가한다. 대학원생들은 어떤 형태의 종합시험이라 하더라도 그 시험의 준비과정이 나중에 논문작성을 위한 토대가 될 것임을 늘 염두에 두고 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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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시험은 왜 필기(written)와 구술(oral)시험으로 이루어져있을까?
학교는 지식을 탐구하는 곳이다. 지식 그 자체는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무형의 것이다. 그 무형의 생각을 꺼내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도구가 글과 말인 곳이 학계이다.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가 소리나 그림, 몸의 움직임이라면 예술이 된다. 그런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주된 소통의 도구가 글과 말이다.
글과 말 모두 언어이므로 그 중 하나만으로도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글과 말이 생각보다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 본 적 있을 것이다. 말은 굉장히 잘 하지만 글은 별로 못 쓴다든지 반대로 글을 읽어보면 너무나 유창한데 막상 발표나 강의를 들어보면 너무나 실망하는 경우 말이다. 또 이런 경우도 경험해봤을 수 있다. 머릿속에서는 논리가 너무나 완벽했고 그것을 친구한테 말로 하면 다들 설득당하는데, 막상 그 논리를 글로 적어내려가다 보면 내 논리가 생각보다 약했구나 느끼는 경우 말이다. 이런 이유로 필기시험으로 답안을 작성해도 구술로 그 내용에 대해 답변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문/사회과학의 대학원 수업도 대부분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논문을 읽고 그것에 대해 토론하거나, 한 학기동안 토론한 것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숙제로 제출한다. 말과 글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중요하다. 말과 글로 상대방과 생각을 '주고 받아야'하므로. 즉, 학계에서는 쌍방소통이 중요하단 뜻이다. 내가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말짱 황이다! 그러니, 지식 자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 사람의 의견을 받아 수용하고 통합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학회활동을 비롯해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활동, 논문작성의 과정이 대부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게 될 것이고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학교와 학과에 따라 종합시험의 형태/방식/통과기준 등이 약간씩 달라서, 나도 직간접 경험이 없는 학과에 대해서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한다. 그러니, 오늘도 또 내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해보겠다. (본인의 상황과 매우 다를수도 있음을 미리 일러둔다)
내가 속했던 박사과정에서는 종합시험을 필기시험과 구술시험으로 나누어 치렀다. 참고용으로 적어본다.
1. 필기시험을 치르는 과정
- 시험을 치르는 시기는 정해져있지 않고, 학생이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학과에 종합시험을 보겠다고 신청한다. '준비가 되었느냐'의 판단은 거의 지도교수의 판단에 따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종합시험 치르는 시기가 정해져있는데 이는 매우 행정가 중심적인 체제라고 생각한다. 학생 중심적이지 않다. 모든 학생이 4월 셋째주에 준비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이 얘기는 나중에 다른 글에서 더 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 종합시험을 보겠다고 정해지면, 학생은 자신의 관심분야를 설명하는 글(research interest statement)을 작성한다. A4용지로 3-4쪽쯤 작성했던 것 같다.
- 자신의 연구관심분야에 대한 글과 함께 해당주제와 관련한 참고문헌을 약 100개를 선정하여 학과에 제출한다.
- 종합시험 출제/심사위원(심사위원이 곧 문제 출제자임)은 학생의 관심분야와 참고문헌을 살펴보고 더 추가해야 할 참고문헌이 있는지, 참고문헌이 실제 그 분야와 관련성은 있는지 등에 대한 검토를 하고 해당 의견은 학생에게 지도교수를 통해 전달된다.
- 학생은 최종 참고문헌 목록을 가지고 문헌을 읽고 공부한다. 나는 뭔가 '시험'에 준비하기 위해 스스로 문제를 내보고 그 문제에 대한 답안을 작성해보는 형태로도 준비했다. 나의 예상문제는 전혀 적중하지 않았지만, 문제를 내보고 생각하고 글로 적어내려는 과정 자체는 도움이 많이 되었다.
- 학생이 공부한하는 동안 종합시험 문제 출제자들은 합의하여 학생에게 걸맞는 문제를 제출한다. 문제의 수는 학생마다 다르다. 당시에 또래들한테 물어보면, 적게는 두 문제부터 많게는 네 문제까지 받았었던 것 같다. 나는 세 문제를 받았다.
- 종합시험이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날, 학과행정실 직원이 종합시험 문제를 아침 9시 땡 하면 메일로 보내준다.
- 학생은 문제를 받은 날로부터 21일간 답안을 작성한다. (당시에 다른 학과에서 수학중인 친구들과 비교하면 21일은 상당히 긴 기간이었다. 어떤 과는 방에 가둬두고 8시간동안 답안을 작성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방 안에 가둬서 치르는 시험은 참고문헌 등은 볼 수 없다고 했다.)
- 답안을 작성한 후 최종제출을 하면, 그로부터 약 2주 이내에 해당 답안에 대한 구술시험을 치르게 된다.
2. 구술시험 치르는 과정
- 위에서 작성한 필기시험 답안을 바탕으로 치러진다.
- 종합시험 심사위원들(comps committee)이 한 자리에 모여서 내가 작성한 답안에 대해 이런 저런 질문을 한다. 꽤 예리한 질문들이 많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구술시험을 comps defense라고 부르기도 한다. 내 생각과 논리에 대한 방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 구술시험도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아무리 짧아도 1시간 최대 2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 두 시간 좀 안되는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 구술시험이 끝나면 필기와 구술답변을 바탕으로 최종 점수를 매겨 합격/불합격 통보를 받게 된다.
요즘은 종합시험을 '시험'형태로 치르는 대신 논문출판으로 대체하는 곳도 많다. 사실, 논문출판으로 대체한다는 것의 뜻은 앞서 말한 종합시험의 목적에 맞게 '논문을 한 편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은 학위논문을 스스로 작성할 준비가 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종합시험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요건 충족'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학위논문 작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논문작성에서 극히 보조적인 역할을 한 경우에는 종함시험 통과는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자신의 학위논문을 작성할 준비는 되어있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학과에서도 논문게재가 되었다 하더라도 구술시험을 통해 보완적으로 자신의 논문을 스스로 작성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평가한다. 대학원생들은 어떤 형태의 종합시험이라 하더라도 그 시험의 준비과정이 나중에 논문작성을 위한 토대가 될 것임을 늘 염두에 두고 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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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시험은 왜 필기(written)와 구술(oral)시험으로 이루어져있을까?
학교는 지식을 탐구하는 곳이다. 지식 그 자체는 머릿속에 떠돌아다니는 무형의 것이다. 그 무형의 생각을 꺼내어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도구가 글과 말인 곳이 학계이다. 생각을 전달하는 도구가 소리나 그림, 몸의 움직임이라면 예술이 된다. 그런데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주된 소통의 도구가 글과 말이다.
글과 말 모두 언어이므로 그 중 하나만으로도 생각을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글과 말이 생각보다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변에 그런 사람들 본 적 있을 것이다. 말은 굉장히 잘 하지만 글은 별로 못 쓴다든지 반대로 글을 읽어보면 너무나 유창한데 막상 발표나 강의를 들어보면 너무나 실망하는 경우 말이다. 또 이런 경우도 경험해봤을 수 있다. 머릿속에서는 논리가 너무나 완벽했고 그것을 친구한테 말로 하면 다들 설득당하는데, 막상 그 논리를 글로 적어내려가다 보면 내 논리가 생각보다 약했구나 느끼는 경우 말이다. 이런 이유로 필기시험으로 답안을 작성해도 구술로 그 내용에 대해 답변이 가능한지를 테스트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인문/사회과학의 대학원 수업도 대부분 말과 글로 이루어진다. 논문을 읽고 그것에 대해 토론하거나, 한 학기동안 토론한 것들을 바탕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글로 보고서를 작성하여 숙제로 제출한다. 말과 글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가 중요하다. 말과 글로 상대방과 생각을 '주고 받아야'하므로. 즉, 학계에서는 쌍방소통이 중요하단 뜻이다. 내가 아무리 훌륭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면 그 지식은 말짱 황이다! 그러니, 지식 자체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고, 그 사람의 의견을 받아 수용하고 통합하는 모든 과정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학회활동을 비롯해 수업시간에 이루어지는 활동, 논문작성의 과정이 대부분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게 될 것이고 어느 하나 허투루 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