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나름대로 한국에서 석사과정 2년에 미국에서 박사과정 5년 + 포닥 2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연구활동을 하면서 보냈지만, '글쓰기 잘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준 교수님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논문 쓰기는 보통 좋은 글을 많이 읽어보면서 스스로 터득하거나 자신이 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받으면서 건건이 배워나가게 되는게 통상적이다.
그런데 포닥때 나의 보스인 교수님이 랩미팅 중에 '글 쓰기 팁'에 대해 여러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 기회가 흔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서 나는 냅다 받아적었고, 유용한 팁이 많은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여 여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그 때 그 교수님도 입을 떼면서 제일 처음 하신 말씀이 "글쓰는 방법이나 전략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 내가 이야기할 것은 단지 내가 쓰는 방법"이라 하셨다. 그러므로 아래에 쓴 팁이 '정답'이 아니라, 그냥 여러가지 답 중에 하나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사회과학쪽이므로, 분야나 전공에 따라서도 적용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그런데 포닥때 나의 보스인 교수님이 랩미팅 중에 '글 쓰기 팁'에 대해 여러가지 말씀을 해주셨다. 그런 기회가 흔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어서 나는 냅다 받아적었고, 유용한 팁이 많은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하여 여기에 공유하고자 한다.
그 때 그 교수님도 입을 떼면서 제일 처음 하신 말씀이 "글쓰는 방법이나 전략은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오늘 내가 이야기할 것은 단지 내가 쓰는 방법"이라 하셨다. 그러므로 아래에 쓴 팁이 '정답'이 아니라, 그냥 여러가지 답 중에 하나라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 내가 연구하고 있는 분야는 사회과학쪽이므로, 분야나 전공에 따라서도 적용도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
- 논문을 내고자 하는 잡지(저널; Journal)을 먼저 염두에 두고 쓰는 것이 좋다.
- 저널마다 글자 수 제한이 다르다. 나도 최근에 저널을 생각 안하고 쓰다가 무려 다섯 페이지를 줄여야 하는 경우가 생겼다. 글자 수를 줄이고 늘이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경우가 있으므로 저널에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고 글을 쓰는 것이 좋다.
- 또한, 저널의 형식도 가지각색이다. 저널에서 반드시 요구하는 부분(서론, 방법, 결과 등)은 무엇인지 등을 미리 알고 거기에 맞춰 쓰는 것이 좋다.
- 서론과 논의 부분은 대충 비슷한 길이로 맞추는 것이 좋다.
- 교수님 말씀이, 서론에 이론적 배경을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가 시간이 한참 지나서 논의부분을 쓸 때쯤에 힘이 달려서 대충쓰는 듯한 느낌을 주는 논문을 많이 봤다고 하셨다. 논문에서 논의 부분은 서론에서 언급했던 기존연구나 이론 등을 다시 언급하면서 논문에서 찾은 결과가 기존 연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짚어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대칭적 관계를 갖는다. 그러므로 길이나 내용면에서 대구를 이루는 것이 좋다는 뜻이었다.
- 그런 의미에서 논의를 쓰기 전에는 서론 부분을 다시 읽어보고 써라.
- 서론
- 연구의 목표는 2-3개 정도가 적당하다. 많은 경우 4개까지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는 목표간의 연계성이 매우 긴밀하거나 병렬적일 경우에 적당하다. 예를 들어, 목표 1과 2가 "가족 내에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가 자녀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고 목표 3과 4가 "가족 내에서 첫째아이와 둘째아이의 관계가 부모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식이라면 괜찮다. 2-3개가 적당한 이유는, 연구목표가 많고 다양할 경우 읽는 사람도 초점을 잃기 쉽고 연구자체의 초점도 흐려지기 때문이다.
- 연구목표의 정당화를 위해 약 1.5 페이지 정도 할애한다. 왜 이 연구가 중요하며, 이 연구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 연구 목표의 개수에 맞춰 하위제목도 정한다. 즉, 각 연구목표에 맞는 문헌고찰을 한다.
- 과거 연구를 요약하면서 "간과했다(ignore)", "발견하지 못했다(failed to find)"와 같은 표현은 피한다. 자신의 연구가 기존 연구에서 알아내지 못한 것을 알아내려는 노력인 것은 맞지만, 과거 연구를 묵살(?)하는 듯한 표현은 좋지 못하다. 그 말은, 자신의 연구도 몇 년 후에는 묵살당할 만하다는 암묵적인 동의와 같다. 그러므로 좀 더 건설적인 표현이 좋다. 예를 들어, "~을 기반으로 한다(built on)" 등의 표현이 좋다.
- 방법 부분은 다른 사람이 읽어보고 똑같이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해야 한다.
- 과학적 연구에서 기존연구를 반복할 수 있는지의 여부는(replicable)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이 읽고도 쉽게 따라할 수 있을만큼 쓸 필요가 있다.
- 문단 쓰기
- 각 문단은 주제문장(topic sentence)로 시작한다. 이건 다소 미국적 글쓰기이긴 한데, 미국은 두괄식을 많이 쓴다. 즉, 문단의 맨 앞에 주제문장을 쓴다. (영국식 교육을 받는 사람들 중에 미괄식에 더 익숙한 사람들도 있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이 앞으로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지에 대해 대충 알 수 있게끔 해준다.
- 적절한 예시와 구체적인 정보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쓴다.
- 각 문단은 요약문장과 다음 문단으로 전환하는 모드를 풍기면서 끝낸다.
- 문제 제시 (statement of the problem)
- 자신의 연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설득하려고 할 때, 화두를 던지고 쓰면 효과적인 경우가 있다. 이때 공중보건(public health) 관점에서 왜 중요한지라든가 과학에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 지 등을 제시하면 좋다.
- 논의
- 서론에서 제시한 개념적 틀을 다시 상기시켜주면 좋다. 연구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등도.
- 결과에 대한 간략한 요약을 해준다.
- 연구 결과가 과거 연구와는 어떻게 다른지, 무엇이 유사한지를 정리해준다.
- 자신의 연구가 기존 연구에 어떤 점을 보완해주는지를 강조한다. (이 부분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정당화이기도 하면서 일종의 selling point같은 거다.)
- 2-3개 정도의 핵심 메시지(take home messages)가 무엇인지를 짚어서 알려준다. 독자들이 이 논문을 읽고 이것만은 알았으면 좋겠다 하는것을 강조해준다.
- 결론/제언 부분
- 논문을 끝낼때는 항상 긍정적인 톤으로 끝낸다. 제한점을 가장 마지막에 쓰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다시 한번 자신의 연구의 기여점을 짚어준다든가 앞으로의 연구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훨씬 좋다.
- 자신이 쓰는 모든 논문의 맨 마지막 한 두 문장은 '왜 이 연구분야가 중요한가'에 대해서 쓴다 (이 부분만큼은 좀 추상적이어도 된다). 이것은 어느 특정 연구에 국한되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좀 더 광범위한 수준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아동/청소년의 진로발달을 공부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들이 그 주제안에 포함되는데, 이런 경우 "진로 발달은 아동기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아동을 대상으로 진로발달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든가 "어린이나 청소녀들의 자신의 진로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달시킬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와 같이 끝내면 좋다는 것이다. 이게 결국 자신의 연구자로서의 정체성(professional identity)이 되는 것이다.
- 저널에 따라서 실제적 함의점을 포함해야 할 수 있다. 연구결과가 실천적인 장면, 즉, 상담이나 치료에서는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해야 하는 저널들이 있으므로 이건 저널의 요구사항을 확인할 것.